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처음 책을 펼쳤을 때, 500년도 더 된 이 책이 왜 지금도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실감했다. 학창시절 접했던 책 제목은 읽어서는 안되는 느낌이 가득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이 책을 서점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언젠가부터 서점에 보이길래 한권 잡아봤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혼란 속에서, 메디치 가문에게 바치는 편지처럼 썼지만, 그건 단순한 아부가 아니었다. 어찌보면 이 책은 아부 이며, 또 아부가 아닌 것이다. 이탈리아를 외세의 먹잇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강력한 군주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군주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도덕서가 아니다. “인간은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 받는 편이 더 안전하다.” “필요하다면 약속을 어겨도 된다.” “여우처럼 교활하고 사자처럼 용맹해야 한다.” 이런 직설적인 말들이 가슴을 후벼판다. 어찌보면 삼국지처럼 수 많은 캐릭터들을 한 줄로 서게 하고 한명 한명의 장단점을 따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현실 정치에서 이상적인 덕(德)은 종종 패배의 원인이 되고, 잔인함조차 때로는 자비가 된다는 역설을 마키아벨리는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런 솔직함 때문에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이 생겼고, 수백 년 동안 악마처럼 비난받았지만, 동시에 정치인·리더·CEO들이 몰래 베개 밑에 두고 읽는 책이 됐다고 한다.
<군주론>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이 모든 조언이 결국 '권력을 유지하고 국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군주는 국민의 사랑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미움 받지 않는 선에서 두려움을 심어야 한다. 약속은 상황에 따라 깨도 되지만, 신뢰를 완전히 잃으면 끝장이다. 전쟁은 피할 수 없으니 미리 준비하고, 용병보다는 자신의 군대를 가져야 한다. 이 모든 게 냉정하지만, 역사적 사례(체사레 보르자 등)를 들어 설명하니 반박하기 어렵다.
현대에 와서도 이 책은 살아 숨 쉰다. 회사 조직, 정치 무대, 국제 관계… 어디서나 '권력의 게임'은 계속된다. 착한 리더가 이기는 게 아니라, 현명하고 유연한 리더가 이긴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읽고 나니 세상이 조금 더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더 솔직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수많은 정치인들이 배신하고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의를 맺고, 사람을 영입하고 하면서 시끄럽게 했는지도 어느 부분은 이해가 되었다.
《군주론》은 두들형님에게 물었다. 너는 이상을 좇아 패배할 텐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이길 텐가? 아직도 그 질문에 답을 못 하고 있지만, 이 책 덕분에 적어도 눈을 감지 않게 됐다. 휴. 권력은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나 하나, 내 가족, 내 사업장,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두들형님도, 당신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세계에서 군주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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