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때《슬램덩크》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건 그 불꽃 같은 눈빛과 3점슛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2점씩 따라가는 경기로는 벅차다. 3점슈터의 역할은 승리를 갈망하는 모든 팀들의 핵심 무기다. 《슬램덩크》안에도 꽤 괜찮은 3점 슈터들이 등장한다. 지난 시간 강백호에 이어 이야기 하고 싶은 북산의 2번째 선수는 북산의 3학년 슈터, 정대만이다.

184cm의 날카로운 체격, 긴 머리, 그리고 그 아래로 타오르는 승부욕—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첫 등장이 가관이었다. 어울리는 아이들 모두가 문제아, 일진 패거리 느낌이 물씬 풍겼고 결국엔 북산고 농구부 와 비 범벅의 난투극까지 벌렸다. 아무튼 이부분에서도 강백호와 서태웅의 싸움 실력도 엄청났지만 이 부분에서 최고의 수확은 정대만이라는 엄청난 선수가 존재하고 있었다 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슬램덩크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다고들 하는데 아마도 정대만이 보여준 무너진 다음에 일어섬이 큰 희망과 도전을 주지 않았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농구 경기에서 3점슛의 역할은 역전할 수 있는 엄청난 무기이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핵심 무기! 정대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무기를 사용하고 싶었나 보다. 부상과 불량배 생활등이 초반 농구부와의 싸움속에 더 절박하고, 더 인간적으로 새겨 있었다. 정대만의 서사를 정리하자면 중학교 MVP 출신, 부상과 슬럼프, 불량배 생활, 그리고 3학년 늦은 나이에 농구로의 귀환. 그리고 팀의 핵심 멤버, 그 모든 굴곡이 지금 두들형님의 현재와 오버랩되는 느낌이다.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은 시간 속에서 함께 성장했다. 정대만도 처음엔 패배와 상실로 가득차 있었지만 농구부로 돌아오면서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긴 머리를 정리하고 훈련에 임한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그 모습들이 나와 나이를 같이 먹는 기분을 주었다. 처음 만났을 땐 나보다 다섯 살 위쯤 되는 정대만 형님이 코트 위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걸 보며 나도 같이 버티고 있었다.

정대만을 빼놓고 슬램덩크를 말할 수 없다. 겉으로는 불량하고, 냉소적이고, 과거의 상처로 가득 찬 녀석이지만,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뜨겁고 정확하다. “농구가 하고 싶어요.” 그 한 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안선생님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내뱉은 그 말, 그리고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그리고 왕자 산왕공고와의 경기에서 3점슛이 연이어 터지던 그 순간들—특히 체력이 바닥난 후반, 거의 무의식적으로 쏘아 올린 3점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단순한 말이 아니라 피로 물든 몸으로 증명하는 행위라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아픔들.

중학교 결승전에서 안선생님의 “포기하면 그 순간 시합은 끝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MVP가 됐지만, 고등학교 들어 부상과 팀 분위기로 모든 걸 잃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더 드러난 정대만의 내면—송태섭과의 인연, 안한수 감독을 피해 다니던 이유, 그리고 결국 돌아온 그 선택. “나한테 3점슛을 빼앗아 가면…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 대사가 주는 절박함. 불꽃 뒤에 숨겨진 상실과, 그걸 딛고 다시 쏘아 올리는 용기. 정대만은 포기하지 않아서 더 빛났지만, 한 번 포기했던 적이 있어서 더 진심이었다. 30년 전 《소년 챔프》 한 귀퉁이에서 시작된 그 20페이지 남짓한 만화. 삼국지의 영웅들처럼 각자 빛나는 북산 멤버들 사이에서, 정대만은 '불꽃'이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귀환자'였다.

초반엔 적처럼 나타났던 녀석이, 팀의 핵심 슈터가 되어가는 과정, 그 끝없는 연습과 3점슛 장면들은 지금도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고요하다… 이 소리가….” 그 한 마디에 담긴 집중력과, 다시 타오르는 불꽃. 정대만은 나에게 '인생에 슬럼프가 와도, 한 번의 기회로 모든 걸 뒤집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줬다. 포기하면 끝이지만, 다시 잡으면 시작이라는 걸. 그리고 가장 어두운 순간에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정대만 덕분에, 나는 여전히 3점을 노리고 있다. 인생이라는 코트에서, 포기하지 않고.
쏴라, 정대만!
그리고 우리 모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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