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1997, 오우삼 감독
우리는 마음의 모양으로 살아간다!

대학 시절, 두들형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조조 할인 영화였다. 수업이 느슨한 날엔 아침 일찍 극장 문을 밀고 들어가 퀘퀘한 공기 안에서 맘에 드는 한 가운데 자리를 찾아 앉아 조조할인의 특혜를 누렸다. 그래도 늘 대여섯명은 첫 영화를 찾았었던 것 같다. 90년대 말의 극장은 지금보다 거칠고 투박했지만, 당시 스크린에 올랐던 영화들은 지금도 극찬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흐름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것 같다. 그중에서도 오우삼 감독의 《페이스 오프》는 내 마음 한 가운데를 깊게 파고든 조조할인의 추억이다. ‘얼굴을 바꾼다’는 설정 자체가 충격적인 발상이었고, 지금 돌이켜봐도 놀라운 상상력이다. 역시 뭐든 설정만 잘 잡히면 된다고 본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게 간단히 말하자면, 형사와 범죄자가 서로의 얼굴을 바꾼다는, 말 그대로 ‘정체성의 반전’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한 얼굴바꾸기나 총쏘는 액션이 아니라, 서로를 겨누고 있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향한 총구’라는 기묘하고 아이러니함에 있다. 총을 쏴야만 하는데 그 총구가 향하고 있는 대상은 거울과도 같은 나이기 때문에 쉽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그 한 장면, 그 자체가 이미 영화의 철학을 담고 있었다.

오우삼 감독 특유의 슬로우모션, 날아다니는 탄피, 비둘기, 그리고 과장된 액션들. 헐리우드 액션에 홍콩 느와르의 미학이 덧칠된 화면은 지금 다시 봐도 어딘가 과하고, 무겁고, 때로는 유치하기까지 한데 그 당시엔 이 모든 것이 세상에서 가장 멋졌다. 주윤발에서 미션임파서블2로 연결되는 뭔가 익숙한 흐름에 터지고 부서지고 미끄러지며 뛰어오르는 장면들, 갑자기 슬로우모션속에서 날아오르는 비둘기와 한줄기 빛들. 참. 왜 그리 멋져 보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는 이런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날아갔던게 사실이다. 그 시대 남자들의 심장을 사로잡았던 건 그 모든 것이 함축하고 있는 '대리만족' 과 절대 승자로서의 ‘해방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이 영화를 보니 결국 ‘얼굴과 정체성’에 대해 묻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가진 얼굴이 나인가, 아니면 그 얼굴 속에서 지키려고 애쓰는 마음이 나인가? 영화 마지막 장면이 늘 마음에 남는다. 진짜 얼굴을 되찾은 주인공이 가족에게 돌아와 말 대신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보인다. ‘나다. 나는 여전히, 너희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다.’ 그 순간 관객은 깨닫는다. 진짜 정체성은 얼굴에 붙어 있는 살도 아닌, 지문처럼 고유한 것도 아닌, 결국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드러나는 태도라는 걸. 두들형님도 니콜라스 페이지처럼 다섯 손가락으로 가족들 얼굴을 쓸고 있다. 물론 다들 질색하지만 말이다.

《페이스 오프》는 얼굴을 바꾸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마음을 되찾는 영화였다. 우리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건 겉모습이 아니라, 끝까지 놓지 않은 사랑의 방식이다.
오늘도 나는
영화 한 편 속에서
삶의 정수를 건져 올린다.
두들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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