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남
1997년 세상에 등장한 신해철과 김세황은 넥스트 4집 《Lazenca, A Space Rock Opera》로 한국 록 음악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것은 단순한 앨범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였고, 서사시였고, 록 오페라였다. 우주 오페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고, 한국 록의 정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처음 이녀석을 98년 군부대 내무실에서 주구장창 카세트 테이프로 들었다가 지금은 귀하게 모시는 CD로 함께 하고 있다.

마왕 신해철
'마왕'이라 불렸던 신해철은 4집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 같았다.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이자, 편곡자이자, 무엇보다 이야기꾼으로서 그는 'Lazenca'라는 거대한 우주적 서사를 창조했다. 이 앨범의 콘셉트는 압도적이었다. 만화영화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인류의 종말과 구원, 우주로의 탈출이라는 SF적 스토리를 록 오페라 형식으로 장엄하게 풀어낸 것이다. 신해철의 가사는 철학적이고 묵시록적이었다. 또한 그의 목소리는 때로 절규하고 때로 속삭이며 이 장엄한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Lazenca, Save Us"—이 타이틀곡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야심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웅장하고 엄청난 대곡이지만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다. 오케스트레이션과 코러스가 어우러지고, 신해철의 보컬이 영혼을 울리고, 그 위로 김세황의 기타가 번개처럼 내리친다.

기타의 신 김세황
4집에서 그의 연주는 정점에 달했다. "Lazenca, Save Us"의 그 애절하면서도 폭발적인 기타 솔로, "Shell"의 테크니컬한 리프들—그의 손가락이 지판 위를 달릴 때마다 새로운 우주가 펼쳐졌다. 김세황의 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내레이터였고, 감정의 통로였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목소리였다. 속주는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확했고, 감정을 담고 있었고, 서사를 이어갔다. 넥스트 2집의 마지막 보너스 트랙의 러브스토리와는 완전 다른 사운드로 전달했다.

위대한 도전
록 오페라라는 도전,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1998년에 록 오페라 앨범을 만든다는 것, 가능은 커녕 개념조차도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트로트와 발라드의 전성기에서 트로트와 발라드, 댄스음악 삼파전을 지나 댄스음악과 발라드가 주류였던 상황에 락이 어느정도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그런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10분이 넘는 곡들로 채워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 컨셉의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미친 짓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신해철과 김세황이 해낸것이다. 솔직히 인기고 순위고 그런 상업적인 것들 다 포기하고 진짜 하고 싶은 것, 예술성을 택했다고 본다. 그래서 넥스트 4집은 명작이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위한 앨범이기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지구의 멸망, 우주선 라젠카호, 새로운 행성으로의 여정—각각의 곡이 한 장면을 이루고, 모든 곡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서사를 완성한다.
두 천재가 만든 시대를 앞서간 걸작
《Lazenca, A Space Rock Opera》는 발매 당시에도 충격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앨범이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이런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애니메이션이 좀 잘 만들어졌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넥스트의 음악 말고는 남는게 없다는게 슬프다. 아니 이 앨범이 없었다면 영혼기병 라젠카에 대한 추억도, 그리움도 없었을 것이다.
두 천재가 만났던 그 뜨거운 시간. 마왕의 목소리와 기타 신의 손가락이 만들어낸 우주 오페라. 앨범을 플레이 시키고 눈을 감으면 우주선 라젠카호에 탑승한 나를 그리게 된다. 어설펐던 만화영화를 내가 다시 일으키리라 하는 신념이 올라온다. 앨범에서 외치는 라젠카는 웅장함이 가득하다 못해 폭발하고 있다. 신해철이 외치는 "Save Us"의 절규와 김세황의 기타가 그려내는 별빛 사이로, 당신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날아갈 것이다. 1997년, 그 뜨거웠던 20대 초반의 시간 속으로 날아간다. 두 천재가 증명했던 그 우주 속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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